차박 50일 여행 (총비용 350만원, 고정지출, 현실)

차박 50일 여행 (총비용 350만원, 고정지출, 현실)


차박 여행이 정말 저렴한 여행법일까요? 50일 동안 전국을 누비며 총 350만 원을 쓴 저는 솔직히 이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숙박비를 아끼려고 시작한 차박인데, 유류비와 캠핑장 이용료, 샤워 시설 등 고정 지출만 160만 원에 달했다는 사실은 제게 꽤 큰 충격이었습니다. 지금부터 제가 직접 경험한 장기 차박 여행의 실제 비용 구조와 현실적인 한계를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50일간 350만 원, 과연 어디에 썼을까

전국을 돌며 50일간 사용한 총액은 약 350만 원입니다. 하루 평균으로 환산하면 7만 원 정도인데, 이 금액이 많은지 적은지는 여행 스타일에 따라 체감이 다를 겁니다. 제 경우엔 영상 촬영을 병행하다 보니 매일 신선한 지역 식재료를 구입해 요리를 만들고, 현지 맛집을 찾아다니는 데 외식비와 식료품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촬영이 아니었더라도 차박 여행에서 식비를 극단적으로 줄이기란 쉽지 않습니다. 매끼 편의점 도시락만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지역 특산물이나 현지 음식을 맛보는 것도 여행의 큰 즐거움이니까요. 저는 이 부분을 '여행의 질'로 받아들였지만, 예산을 최소화하려는 분들이라면 식비 항목을 가장 먼저 검토해야 할 겁니다.

참고로 한국관광공사 자료(출처: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국내 자유여행객의 1일 평균 지출액은 약 8만~10만 원 수준이라고 합니다. 제 지출이 평균보다 약간 낮은 편이긴 하지만, 차박이 주는 '저비용 여행'이라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고정 지출 160만 원의 정체

차박 여행에서 피할 수 없는 고정 비용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뉩니다. 유류비, 목욕비, 숙박비, 캠핑장 이용료입니다. 저는 이 네 항목에만 약 160만 원을 사용했는데, 이것이 차박 여행의 가장 큰 함정이라고 생각합니다.

  1. 유류비: 60만~65만 원 (3~4일마다 주유)
  2. 숙박비: 80만 원 (주 2~3회 에어비앤비, 평균 56,500원)
  3. 캠핑장 이용료: 20만~25만 원 (1박당 1만~2만 원대)
  4. 목욕비: 약 10만 원 (초반 공중목욕탕 8,000~9,000원, 후반 헬스장 샤워 2,000~5,000원)

특히 숙박비 항목이 의아하실 수 있는데, 차박 여행이라고 해서 매일 차 안에서만 자는 건 아닙니다. 일주일에 2~3일 정도는 에어비앤비나 모텔 같은 실내 숙소를 이용했습니다. 간이 주방과 세탁기가 있는 곳을 선호했는데, 이유는 간단합니다. 제대로 씻고, 빨래를 돌리고, 온전히 누워서 자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차박의 가장 큰 단점은 바로 '수면의 질'입니다. 아무리 차를 개조하고 매트를 깔아도, 좁은 공간에서 웅크려 자는 것은 한계가 명확합니다. 저는 처음엔 버틸 만하다고 생각했지만, 2주가 지나자 만성 피로와 소화 불량이 찾아왔습니다. 결국 건강을 지키기 위해 정기적으로 실내 숙소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고, 이것이 전체 예산을 크게 끌어올렸습니다.

화천, 마지막 여행지에서 느낀 것

50일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는 강원도 화천이었습니다. 화천 시장에 들러 유명하다는 만두집을 찾았는데,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서 근처 군용품 가게를 먼저 둘러봤습니다. 화천에는 군부대가 많아서인지 군용품 가게가 곳곳에 있었고, 저는 시원하고 가벼운 군용 티셔츠를 하나 샀습니다.

다시 만두집으로 돌아와 손만두와 김밥을 먹었는데, 집에서 빚은 듯한 투박하면서도 정겨운 맛이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그 맛을 온전히 즐기기엔 제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았습니다. 아침에 먹은 순대국밥이 아직 소화도 안 된 상태였고, 매일 불규칙한 식사와 수면 때문에 속이 더부룩한 게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저녁엔 딴산 유원지 캠핑장에서 참기름 떡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간단한 양념만으로도 맛있게 만들 수 있는 요리였지만, 역시나 배가 불러서 다 먹지 못했습니다. 이때쯤 되니 제 몸이 분명한 신호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이제 그만 쉬고 싶다"고요.

차박 여행의 낭만과 현실 사이

차박 여행은 분명 자유롭고 낭만적인 여행 방식입니다. 원하는 곳 어디든 차를 세우고 잠들 수 있고, 정해진 일정 없이 즉흥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장점은 다른 여행 방식이 주지 못하는 매력입니다. 하지만 50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어진 차박은 제게 '생존'에 가까운 경험이었습니다.

매일 밤 안전한 주차 공간을 찾아야 하고, 다음 날 씻을 곳을 미리 알아봐야 하며, 화장실이 먼 캠핑장에서는 한밤중에 일어나 긴 거리를 걸어가야 하는 불편함. 이런 것들이 쌓이면서 여행의 즐거움보다 피로가 먼저 밀려왔습니다. 저는 원래 둔감한 편이라 버틸 수 있었지만, 예민한 성격이라면 일주일도 버티기 힘들 것 같습니다.

힘들 때마다 저는 심호흡을 하고 "내일 다시 시작하자"고 되뇌었습니다. 실제로 그 방법이 꽤 효과적이었습니다. 하루하루 버티다 보니 어느새 50일이 지나 있더군요. 하지만 여행 막바지에 카메라까지 고장 나면서, 이제 정말 끝낼 때가 됐다는 걸 직감했습니다.

차박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낭만만 보지 말고 현실적인 부분도 꼭 고려하길 바랍니다. 특히 장기 차박을 고려한다면, 체력과 예산, 그리고 정신력 모두 충분히 준비해야 합니다. 저처럼 촬영 목적이 아니라면 식비를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겠지만, 유류비와 캠핑장 이용료, 목욕비 같은 고정 비용은 피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차박이 절대 '가성비 여행'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제 경험상 일반 숙박 여행과 비용 차이가 크지 않으며, 오히려 건강과 컨디션을 희생하는 부분이 더 큽니다.

화천에서 집으로 돌아온 뒤, 저는 한동안 여행 감정을 정리하는 데 시간을 썼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발견한 귀여운 닭을 보며 웃었습니다. 애완동물처럼 키우고 싶을 만큼 사랑스러운 녀석이었죠. 그 순간, 여행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온 게 실감났습니다. 50일간의 여행은 분명 값진 경험이었지만, 다시 하고 싶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망설여집니다. 그만큼 힘들었고, 그만큼 현실적이었으니까요.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xngY1RY40TY